– 엠마뉴엘 므레, 러브 어페어, 2020년 말 개봉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것 같다.제목도 좀 호소력이 없는 것 같고…영화 부제로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하는 것’이라고 표기돼 있는데 이게 프랑스어 원제다(Les Choses qu’ondit, les choses qu’on fait).러브 어페어는 영어권 번역 제목이다.
– 러브 어페어 2020 남프랑스 아비뇽 인근이 주요 배경이다. 풍경의 아름다움이 우선 압도되는 작품이다.감독 물레는 셸 위 키스(2007)로 알려져 있지만 서사의 독특함 때문에 적지 않은 팬을 갖고 있다. 곧 그의 작품에는 화자가 여럿 등장한다. 한 명의 주인공이 아니라 주인공이 여럿 있는 셈이다.
– 장르 느와르, ‘게임의 룰’, 1939 복수의 내레이터의 등장은 프랑스 코미디의 큰 미덕 중 하나이며, 이러한 서사를 발전시킨 선구자격의 감독은 장르 느와르일 것이다.한 화자가 등장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 또 다른 화자가 등장해 다른 시각으로 이야기를 하고, 그래서 이야기가 마치 뫼비우스 띠처럼 연결된다.이른바 부르주아 미학을 깨려는 장르 느와르의 창의성이다. 한 주인공이 전하는 지배적인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러 주인공이 등장해 다층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것, 그래서 누구 하나와의 동일시를 깨고 관객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다.
– 막스오플스, ‘윤무’, 1950 다른 화자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이야기의 끈을 이어가는 구조다.윤무를 추듯 빙글빙글 도는 이야기가 이어진다.관객이 특정 주인공과 동일시하면 몰입은 좋아지지만 특정 주체에 종속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 구조가 파괴되면 누군가를 조심하기 어려워지고 관객들은 산만해지지만 특정 주체가 아닌 자신의 주체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장점을 갖는다.
– 로버트 알트먼, 숏컷, 1993 장 르누아르와 막스 오플스의 할리우드 후계자를 꼽는다면 단연 로버트 알트먼일 것이다. 위 포스터에서 볼 수 있듯이 여러 주인공이 등장해 여러 이야기를, 즉 여러 시각을, 여러 주체를 보여준다.
– 폴 토머스 앤더슨 마그놀리아 1999 폴 토머스 앤더슨은 공공연히 로버트 알트먼의 영향을 밝힌다.여러 개의 내레이터, 끈처럼 이어지는 다양한 이야기, 관객들은 그 속에서 자신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 엠마뉴엘 물레, 셸 위 키스, 2007년 이 영화에서 물레 감독(가운데)은 이름을 알린다.역시 빙글빙글 도는 이야기의 구조다. 그리고 그는 음악을 잘한다. 이때는 슈베르트, 차이코프스키, 그리고 쇼팽을 자주 사용했다.러브 어페어에서도 음악을 즐겨 쓴다.그냥 눈 감고 피아노 음악을 즐기면 될 정도야. 하이든, 에릭 사티, 그리고 여전히 쇼팽의 피아노 곡을 매력적으로 쓰고 있다.러브 어페어, 프랑스 코미디의 매력, 특히 피아노 음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놓칠 수 없는 작품이다.